2006년 05월 20일
L워드: 동성애에 대하여
순전히 간접경험에 의지해 레즈비언을 ‘그래 이 사람들은 단지 동성에게 감정을 품는다는 점만 차이가 있을 뿐 그 외는 이성애자와 하등 다를 바 없지.’ 라고 여겼다. 나 스스로 여유로운 사고체계를 갖추었다고 확신하고 있었던 셈. 그런데 ‘L워드’ 를 보며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반응은 메스꺼움이었다. 변태 같은 상황이 아닌 매력적인 두 여성의 애로틱한 키스 장면을 보았을 뿐인데 정상이 아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정상이 아닌 ‘비정상’이라 부를 때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을 칭하는 게 아닐까. 그러나 레즈비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또는 그리 불리는 동성애자라면 혼란이 이미 마무리된 상태, 즉 옳든 그르든 성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된 상태를 말한다. L워드에 등장하는 레즈비언은 모두 이 상태에 머무른다. 그럼에도 그녀들을 보고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 이유는 왜인가.
우선 정보의 비대칭, 매체에서 이들 세계에 관해 습득 가능한 정보의 양은 어차피 제한적이고 따라서 서울에 갓 상경한 농촌 총각의 문화적 충격 비슷한 게 아닌가 싶은데, 이 경우라면 별로 문제 될 게 없다. 무지를 인정하고 도전받아 추락한 사고체계에 수정을 가해 살포시 위장하면 되는 것이다. 다른 이유라면 미디어의 과장, 어차피 동성애를 전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성인용 방송인만큼 반드시 섹스가 아니더라도 발정난 암캐같은 노골적인 표현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때때로 미디어는 순간적으로 비판력을 흐리게 한다. 그러니까 L워드를 보는 동안 내 비판력은 작동이 잠깐 정지하고 그때를 기회삼아 바이러스가 파고든 것이다.
만일 그리하여 비정상의 바이러스가 확산되었을 경우 편견이 형성되고, 그 편견은 이 좁은 땅덩리에서 그들을 향해 어떻게든 날아갔을 것이고, 마무리 된 혼란을 재발시켰을 것이다. 그것은 그들을 진짜 비정상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건 그래서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유로운 사고를 갖추었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던 그 확신에 흔들림이 감지되었다는 것, 나에 대한 어떤 확신조차도 확신할 수 없고 전파 따위에 흔들릴 만큼 불안정한 사고와 인식를 지니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정상인이라는 그 얄팍한 확신으로 남을 비정상으로 바라보려 했다는 사실이, 어쩐지 나를 반성시키는 하루입니다.
# by | 2006/05/20 09:09 | - 인생, 배우다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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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는 건 위험한 생각이죠,
여러 사회문제가 다르다는 것을 틀린 것으로 매도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