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7월 07일
7월, 네로를 본 날
어둠 안에서 도시는 구역이 아니라 빛으로 그 모습을 유지시켰다. 사람들은 그 빛을 찾아 들었고 나는 가로등을 택했다. 약간은 미적지근한 바람이 불었다. 등과 가랑이를 슬쩍 휘감고 도망가는 그러나 덕분에 포근한 바람. 바람에는 하천 특유의 비린내가 실려 있었다. 근처에서 유일하게 어둠을 밀어내고 있는 가로등 밑에 서서 하천도로 쪽으로 시선을 옮아간다. 빈약한 달빛을 조명삼아 사람들은 하천도로를 걷거니 뛰거니 했다. 도로에서 약간 떨어진 벤치에서는 남녀 학생 한 쌍이 서로의 귀에 손을 동그랗게 오므려가며 무슨 얘기인가를 살갑게 나누는 중이었다.
한동안 그 학생들을 부러움의 눈초리를 듬뿍 담아 스토킹(?) 하고 있는데, 건너편 유등교 아래에서 탁탁, 피~이~융,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두 명의 술꾼이 돗자리를 펼쳐 놓고 받아 마셔 건배! 하는 모습이 어렴풋한 가운데 그 옆에서 누군가 밤하늘을 향해 폭죽을 터뜨리는 거였다. 피~이~융 쉬-이-익, 피~융 쉬-익 불꽃은 누군가의 희망을 안고 공중을 향해 힘껏 날아올랐지만 그러나 다리 난간도 넘어서지 못한 채 산화했다. 흐응 불꽃놀이, 오랜만인걸.
피자 배달 오토바이가 두-두-드-드-득 이번에는 피자를 내려놓고 돌아온다는 신호의 한결 가벼운 바퀴 굴림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달렸다. 나는 마지막으로 학생들을 곁눈질하고 언덕을 내려와 고장 난 가로등이 끔뻑거리는 골목길로 들어섰다. 돌아오는 길에는 깊은 밤 어둠 속을 산책하는 검은 고양이 네로가 있었고, 수많은 전깃줄을 짊어진 전봇대 아래에 음식물쓰레기통 세 개가 놓여 있었다.
# by | 2006/07/07 15:05 | - 인생실격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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