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구 (World Of GOO)

균형에 관한 이야기

월드 오브 구를 말하기 전에 우선 타워 오브 구(Tower Of GOO)를 짚고 넘어가죠. 타워 오브 구는 월드 오브 구의 전신입니다. 타워 오브 구의 목표는 간단해요. 구조물의 부서짐 없이 가능한 높게 구(GOO)를 쌓아 올리는 겁니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물리가 적용되어 무너지기 쉽거든요. 균형을 잡으려면 기초를 튼튼히 설계해야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기초공사에만 많은 구가 소모되어 정작 높게 쌓아 올리지 못 할 겁니다. 게임의 최종 목표는 높은 구조물이지만,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최적의 패쓰를 찾는 것도 중요한 게임플레이인 것이죠.

타워 오브 구와 월드 오브 구의 아이디어는 Kyle Gabler의 대학원 시절 진행한 experimental gameplay project에서 시작됐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게임플레이를 발견하기 위해 많은 원형이 제출됐고 각각의 게임은 형태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중력, 진화, 엄마도 갖고 노는 게임’ 같은 몇 가지 테마에 기초하고 있었죠. 그중 하나가 타워 오브 구입니다. 이 타워 오브 구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을 가져와 발전시킨 게 월드 오브 구이구요. 그리고 experimental gameplay project에서 지향하던 이 세 가지 기초는 거의 바뀌지 않습니다.

두 소년은 EA에서 잠깐 일하긴 했지만 어쨌든 대형게임제작사를 박차고 나옵니다. 그리고 합치죠. 단 두 명의 인디게임스튜디오. 월드 오브 구를 만든 2차원 소년(2D BOY)은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오직 게임을 향한 열정만으로 게임을 만들고, 심지어 이들의 멋진 사무실은 샌프란시스코의 공짜 와이파이 커피숍입니다. 하지만 이런 한물간 방식으로 만든 게임의 결과는 놀랍습니다. Independent Games Festival 2008에서 가장 혁신적인 게임상 수상, 이어 Wii의 다운로드 서비스인 WiiWare와 계약했고(PSN, Steam추가) 이어 PC, Mac OSX, 리눅스 플랫폼으로 발매됩니다. 그리고 월드 오브 구는 모든 해외 웹진에서 월계관 같은 찬사를 받습니다.

게임 진행 내내 깔리는 잔잔한 음악과 재치있는 스토리 그리고 정감있는 그래픽의 월드 오브 구는 중력, 진화, 엄마도 갖고 노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던 의도대로 너무나 심플한 모양새입니다. 기본적으로 끈적거리는 구를 연결해서 구조물을 만들고 남은 구를 목표인 하수배관까지 인도하는 방식입니다. 플레이어가 직관으로 구를 연결하든, 잠시 머릿속으로 설계하고 나중에 연결하든 자유입니다. 하지만 특정 챕터에서는 순발력과 재치 그리고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구를 보살펴줘야 합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재료인 구의 종류가 점점 증가하고 때문에 게임플레이는 조금씩 진화합니다. 불이 붙는 가연성, 물의 성질, 재접착, 탄성을 가져 물체를 튕기는 구, 전기 속성 등등. 이런 구의 성질을 이해하고 이를 이용할 것인가 혹은 파괴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처럼 월드 오브 구의 게임플레이는 무작정 설계하는 단방향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때로는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고, 특정 구를 먼저 설계하거나 때로는 부수는 것도 필요하죠. 특정 스테이지에서는 바람과 구의 무게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풍선을 구에 매달아 풍차 너머로 구를 이동시키는 스테이지는 누구에게나 인상적입니다. 다리를 설계하고 휘파람을 불어 동료 구의 무게를 한 쪽으로 몰아 넘어뜨리고 끊어진 길을 건너는 스테이지도 있구요. 이런 독특한 게임디자인 덕분에 퍼즐이라는 장르임에도 과정의 끝가지 게임플레이는 상당히 동적입니다. 기똥찬 플레이 설계는 드라마틱한 시련을 플레이어에게 선물합니다. 쉬울 때는 무척 쉽지만 어려울 땐 무척 어렵죠. 하지만 또 그렇듯 이렇게 어려운 걸 어떻게 푸냐?, 의 끝에는 언제나 햐 이런 거였나?, 하는 퍼즐의 매력. 통쾌한 해우가 있습니다.

이쯤 되니까 많은 사람들이 2D BOY를 동경하고 싶어 하지만 그들은 말리고 있습니다. 2D BOY는 앞과 뒤 겨우 두 쪽(page)뿐입니다. 두께는 없고 얇습니다. 실망할 거라는 소리죠. 오늘도 그들은 전에 본 적 없는 게임플레이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위해 고민합니다. 그 고민이 만들어 낸 뛰어난 게임. 두 소년 Kyle Gabler 와 Ron Carmel이 만든 월드 오브 구의 기발한 시련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by allthat | 2009/03/18 20:10 | - 오락실탐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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